2024.04.12 5장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20대가 되고나서부터 감정적으로 무던해지기 시작했다. 무던해진건지 아니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된 것 인지는 모르겠다. 특히, 누군가한테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어차피 분노라는 감정은 순간에 불과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면 더 복잡한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내가 정해놓은 선만 넘지 않는다면, 그저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 선을 넘는다면 내 마음을 다시 여는 데 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나조차도 모른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가치와 능력을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스스로에 대한 저평가는 오래된 버릇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다 20대 초중반이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시간적으로는 더 오래 산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나은 인간이라고 바보같이 믿는다. 그들은 나보다 더 현명하고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그들은 나와 같이 본인 앞가림조차 못하고 세상과 맞서 싸우고 있는 20대 청년들일 뿐이다.

이 상관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오늘 내가 많이 우울했기 때문이다. 마치 작년 가을, 겨울이 연상 될 만큼. 그러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한테 화가 났구나. 그런데, 아직 그 화가 다 풀리지 않아서 스스로를 용서해 줄 마음이 들지 않는구나."

화가 났어야하는 상대가 따로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건 이제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시간 축이 많이 흘러버렸다. 나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탓하기 보다는 나한테 실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나보다. 모든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따질 수는 없다. 인간의 삶은 가정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벌어진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것처럼, 이랬다면 혹은 저랬다면과 같은 가정은 욕심에 불과하다.

오랜만에 겪은 이 저기압의 끝이 보임과 동시에 또 다른 교훈을 얻어간다. 내가 첫 일기장에서 말했듯이 나는 내가 한 모든 말과 행동, 선택과 결정, 일들의 집합체와 같다. 그 모든 것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삶을 산 인간들은 매우 드물겠지만, 적어도 어리석었고, 어려웠고, 부끄러웠던 순간들을 양분삼아 매일같이 나아가고 있는 나를 더 이상 깎아내리지는 말아야겠다. 

나는 아직도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화가 나 있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은 시점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 욕심을 버려야 할 때다. 후회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한탄하는 마음이라면 욕심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의 대부분은 후회가 아니라 욕심이다.



댓글

  1. No one can make you feel inferior without consent - Eleanor Roosev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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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ourage is not the absence of fear, but rather the judgment that something else is more important that fear. The brave may not live forever, but the cautious do not live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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