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0일 12장
모처럼 자판 앞에 앉았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내가 글을 쓰지 않는다는 건 내가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11장과 12장의 간극이 긴 만큼 내 인생이 무척이나 잘 흘러갔다는 뜻이다. 물론, 오늘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큰 고난을 마주했거나 이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서는 아니다. 아마 매우 오랜만에 긍정적인 의미에서 글을 쓰는 것 같다. 결론이 긍정적이고 배운 점이 있다고 한들 그 시작은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인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다보니 뭔가 오랫동안 고민하던 질문이 해결 된 그저 철학적인 사유의 결과물을 기록해두는 거다.
나는 어떤 현상을 보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왜"라는 질문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정보이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사람들은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삶을 사는 건 지에 대해서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를 써왔다. 하지만, 이 노력은 사실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오랫동안 모르고 살아온 듯 하다. 우선, 나는 타인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 나 뿐만 아니라 그냥 인간은 다른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언정 어차피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최근 2년의 시간은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산거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지금의 나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근데 재밌는 사실은 사람들은 종종 본인이 어떤 선택을 내린 그 이유를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냥이라고 말하자면 조금은 가벼우니까, 직관이나 본능이라고 할까나. 마음 가는대로 행동한 거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정확히 설명이 되지 않겠지만, 다들 그런 순간들을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이렇게 해야한다고 내 온 몸의 세포들이 소리치는 그런 순간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데, 그걸 넘어서서 조금이라도 타인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 무의미 할 수 있다는 거다.
인생이라는 게 참 웃기지 않은가. 이런 생각들을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면서 했다. 관점을 바꿔야한다. 사람은 이해하는 게 아니다. 사람은 그저 받아들이는 거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게 성숙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태도이다. "왜"라는 질문을 묻지 않는거다.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라고 납득해버리는 거다. 삶은 사는 방식은 본인 스스로가 정하는 거다. 나는 내 삶의 방식을 정하는 게 너무나 어렵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게도 나는 내 삶의 방식에 대해서 큰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삶을 목표로 하기에 지금 가진 삶의 방식은 어차피 수정이 필요한 불완전한 중간 상태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기에 그들은 그들이 가진 삶의 방식에 매우 만족할 수 있다. 나는 성숙한 한 인간 개체라면 나와 같이 본인이 가진 삶의 방식을 때때로 돌아보고 발전시키고 변화시켜야한다고 믿지만 그들이 그러지 않는다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다른 사람을 바꿀 능력도 힘도 없고 내가 그들이 가진 삶의 방식에 의문점을 가지면 그저 사건사고를 일으킬 뿐이다. 그래도 나도 사람이기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태도의 범위가 있다. 그러니까 받아드려서 같이 하거나 그 범위를 넘어서면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 뿐이다.
사람은 받아들이는 거다. 내가 누군가를 온전히 받아드렸는데 운 좋게도 나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면 친구 그리고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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