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7일 11장
이 시즌이 되면 기분이 묘하게 나쁜 날들이 있다. 일조량이 적어진 탓에 정말 생리/심리학적으로 기분이 좀 꿀꿀한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크리스마스-새해 시즌이 오는데 이번 겨울에 한국에 안 돌아가니 가족들이 그리워서 그러는 걸지도 모른다. 이유가 뭐든 지 간에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은 시즌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오늘 왜 내가 기분이 안 좋았는 지 되물었지만, 이유만 찾았을 뿐 그 이유가 왜 내 기분을 안 좋게 한 지에 대한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험이 이틀 남았는데 공부를 많이 못해서? 제일 말도 안되는 핑계다. 어차피 시험 전까지 공부는 다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시험도 잘 볼 거라는 자기 믿음/확신은 적어도 대학에 와서 가져보지 않은 적이 없으니까. 집 키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서? 사실 그렇게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집 키를 잃어버리면 어차피 옆 방 분 키를 다시 복사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 방문에 키를 꽂아놓고 밖에 나온 적이 몇 번인지 셀 수 조차 없다. 오늘 학과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고 만나기 껄끄러운 사람들이 많아서?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겠다. 내가 느낀 불편하다는 감정은 솔직한 것이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감정들이 어디서 비롯되는 지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이 두 감정를 동시에 느낀다. 슬프게도, 왜 아직까지도 내가 이런 감정들을 느껴야만 하는 지, 혹은 이런 감정들을 내가 스스로 느끼게 끔 만드는 지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얻은 결론은 다소 빈약한 것들 뿐이다. 1. 내가 했던 반 년 정도의 연애가 내 인생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졌으며 소중했다. 2. 그 마무리가 다소 어지러웠던 이유와 책임은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좋지 못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전히 화나있고, 미안해하며, 복잡미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