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2 3장

새벽이다.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이렇게 내 방식대로 규칙적으로 사는 게 괜찮지 않나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해가 뜨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새벽 감성. 해가 저물고 어둡고 고요한 방 안에 혼자 있다보면 잠시 멈춰있던 생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다행히 나는 이제 많은 밤들을 새벽이 오기 전에 잠에 들고, 몇 안되는 새벽까지 깨어있는 밤들 중에서 대부분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보낸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오늘처럼 조금은 우울하고 외롭고 혼자인 게 싫어지는 밤이 있다. 그런 밤이 오면 그저 누군가가 지금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용히 과거로 그리고 기억 속으로 잠시 여정을 떠나는 것 뿐이다. 그 "잠시"의 끝에는 이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음을 깨달으면 그저 실 없는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다.

"남과 여". 어제 오랜만에 이 웹툰을 정주행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웹툰이다. 별 생각 없이 스토리라인이 재미있다며 중학생의 시선으로 봤던 이 웹툰은 이제는 컷컷마다 마음에 와 닿는 대사와 상황이 가득이다. 걔 중 두 구절을 가져와봤다. 

"..그나마 다행인건 요즘은 예전만큼 맘이 아프진 않다. 딱 눈에서 멀어진만큼 아문것 같다. 근데 그랬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게 되면 딱 내 눈에 담긴 그 사람 크기만큼 다시 아파진다." 

놀랍게도 마치 어제의 내가 썼을 것만 같은 문장이다. 괜찮아 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도저히 그 아픔이 왜 그리고 어디서 생기는 건 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명확한 건 그렇게 다시 아파하는 내가 너무 꼴보기 싫다. 아무렇지 않고 싶은 내가 그저 '너'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그럴 수 없게 되어서, 내 마음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너'를 궁금해하고 그리워하고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한테 화가 난다. 아프다는 건 나한테 '너'가 중요했다는 방증이고 그래서 아픈 게 당연하다는 걸 알지만, 이 깊은 내적 분노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 아직은 모르겠다. 이렇게 아플 바에는 그냥 영원히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서로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더 나아가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따금 맘이 아픈 내 자신이 싫어지지 않도록.

"앞 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나중에, 정말 나중에는 편한 친구로서 웃고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날의 우리가 잊혀지진 않겠지. ... 이 모든 생각들이 흩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가끔은 네가 문득 생각나기를. 가끔은 너도 날 추억해 주기를."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이 모든 걸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이고 달관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축복임과 동시에 저주다. 나는 '너'에 대한 기억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겠지. 매 순간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가끔, 그리고 드물게 너를 떠올리겠지. 삶에 누군가를 들인다는 것,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 같은 것을 경험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그런 의미인가보다. 내가 원치 않아도 나와 평생을 함께할 기억을 함께 만드는 과정이다. 그 기억이 축복이 될 지 저주가 될 지 정하는 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후회하지 않도록, 그 과정 안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 많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댓글

  1. 우리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노력해야하는 의무를 지니고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절망과 우울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지치고 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더라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나는 바보 같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나를 자책하기 보다는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나의 상태와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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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머리 속으로 떠오르던 생각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우연치않게 글로 설명하게 되었다. 그 내용을 간추려서 정리해본다.

    "사람은 물건 같은 게 아니라서 얻고 잃는 게 아닌 것 같아. 그냥 오고 가는 거랄까? 얻고 잃다는 건 내 의지인건데 사람은 내 의지로 컨트롤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너가 잃고 싶지 않다고해서 계속 지니고 있을 수 있는 게 아닌거지. 이게 절대적 진실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믿지 않는다면 나만 더 힘들 뿐이야. 그리고 살다보면 가끔씩 과거가 떠올라서 갑자기 후회되는 순간, 힘든 순간들도 있겠지. 그런데 그냥 그런 거 꾹 참고 살아가는 거지."

    나는 타인의 문제, 어려움, 힘듦에 대해서는 이리 청산유수처럼 말하지만, 내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다. 인간은 자기 객관화를 참 못하는 생물이라서 그냥 다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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