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0 1장
하루를 마무리 하는 밤이 되면 요즘 종종 하는 생각이 있다. "오늘도 힘들었다. 그리고 잘 버텼다." 얼핏보면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나름대로 나한테는 의미가 있는 절차다. 살다보면 행복과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힘듦과 고통이 삶에 수반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과정이다. 가끔 인간은 무언가의 긍정적인 측면에 몰두해서 그 반대편에 내재되어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하고는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부정적인 측면을 마주하는 순간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꺼려하고 긍정적인 측면에 몰두했던 순간을 다시 강조하며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마치 긍정적인 측면은 축복이자 무조건적인 행복, 옳은 일이고 부정적인 측면은 오점이자 치욕, 잘못된 일인것 마냥 생각한다.
인간의 삶도 같다. 모두가 성공에 눈이 멀어 본인이 겪었던 실패를 이야기하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성공했던 이야기를 찬양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환경들과 내 주변의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 그리고 삶이 그리 이분법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옳고 그름은 참 어려운 개념이고 인간의 삶처럼 복잡한 대상에 적용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개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성공과 실패의 라벨을 매긴다면 후자의 비율이 더 높을 거다. 그렇다고 나는 내 인생이 잘못된 일이 가득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내 인생에서 벌어진 일들은 '나'라는 인물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모두가 다른 과정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그 과정들에는 좋았던, 힘들었던,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순간들도 다 포함되어있다. 이 과정들을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납득시킬 필요는 없다. 내 인생에 자랑스러운 순간들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비록 고통스럽고 창피하고 못난 순간들이 있다하더라도, 현재의 나를 정의하는 내 인생을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매번 실수, 잘못, 실패를 반복하는 내가 참 싫었다. 지금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다만, 내가 자부할 수 있는 건 그 과정들을 난 단 한 번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거다. 그게 독이 된 경우도 있지만, 큰 일은 작게 만드는 것보다는 작은 일을 크게 생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를 한 인간으로서 인정하는 내 친구들과 가족들은 내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나의 가치를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내 인생을 함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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