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06.14 6장
페이스북 부계를 자주 쓰던 과거에도 한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대견하곤 했다. 사람들은 감정을 해소하는 각자만의 방식이 있다. 그러니까,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감정적으로 건강하거나 해소해야할 만큼 감정이 격화된 적이 없다는 뜻일 거다. 당연하게도,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이와 정반대일 것이다.
6월 15일, 내일은 학사 졸업 논문의 기한일이다. 논문이라는 존재감이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닥쳐서 하는 내 평소 모습과 맞지 않게 이번에는 나름 여유있게 제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나면, 정말 졸업이다. 2019년 8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5년의 시간을 키워드들로 포현하자면 이와 같다: 코로나와 군대, 즐거운 추억들과 가슴 아픈 경험들, 너무 익숙해진 네덜란드, 행복과 안정감에 대한 고민,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
최근에 지원했던 한국에서 하는 발굴 캠프와 지엘 캠프를 둘 다 떨어졌다. 전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후자는 솔직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누군가는 그런 일 가지고 그러냐고 말해도, 나한테는 지엘 캠프는 그런 존재였다. 내가 바쁠 때는 참여하지 못해도, 내가 하고 싶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이렇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참 힘든 날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고민은 "내가 지금 이거를 왜 하고 있는가?"다. 이걸 함으로서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는 지 요즘들어 답을 쉬이 내리지 못한다. 삶의 동력을 잃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는 지, 내 자신은 너무 잘 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내가 아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니까. 다만, 이 조건들이 그저 허상에 불과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정말 고고학을 하고 싶은걸까? 내가 정말 레이든이라는 도시를 좋아하나? 내 주변에 내가 아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걸까? 이런 의심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순간 몸에 힘이 쭉 빠진다. 그런 순간에는 다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나를 믿을 수 있도록, 좋은 시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제는 그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한철 기분이 우울해도, 금방 털고 일어난다. 결국 필요한 건 의심과 비난이 아닌 신뢰이며 믿음이다. 내가 잘 하고 있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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